울산대학교 | 프랑스어·프랑스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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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학습 수기

현장학습 수기

02년 여행기- 박 창 주
작성자 이** 작성일 2011-05-17 조회수 1059

연수 생활동안 여행만큼 우리들을 가장 기대에 부풀게 한 것 도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기대에 비해 나의 여행은 모자람이 없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무엇보다도 갑작스레 생긴 여행 일정에 당황해서 일정 짜기에만 너무 급급했던 게 아닌가해서이다. 여행을 즐기기보다는 여행을 해야만 하는 그런 임무수행이 되어버린 듯 해서이다. 그래도 나중에 나서게될 후배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더불어 기억을 되살려 나에게 가장 만족스럽고 기억에 남았던 여행기를 옮겨 볼까한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발자취일 뿐 일뿐 같은 식의 여행을 답습하는 행위는 하지 말길 바란다. 여행을 하는 사람마다 각자 나름대로의 방식대로 즐길 권리가 있으니까.


★ 여행길에 나서기 앞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한 기차시간표 확인하는 것을 잊지 말도록 하자. 기차를 놓쳐서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고초를 겪지 않으려면 말이다. 출발지와 도착지를 정확히 보고 오늘 그러니까 여행을 하기로 한 날짜에 그 기차가 운행하는지를 알아야 할 것이다. ‘기차시간표에 나와 있으면 당연히 하겠지 그게 무슨 말씀 ’ 하고 의문을 가질 수 있겠지만 특별한 날에만 운행하는 기차도 일반기차 시간표에 나와있고 아주 조그맣게 특별한 날에만 운행한다는 표시가 되어있다. 시간표를 잘못 봐서 하마터면 기차를 놓칠 뻔한 아찔한 경험이 있어서 강조해두고 싶은 얘기이다.

  또한 국외 여행은 유레일 패스를 이용하여 여행을 하게 되는데 우리처럼 학기중에 여행을 하게 된다면 두 달간 유용한 유레일 유로패스를 구입하면 된다. 유레일패스를 이용하며 이동하며 여행하는 일반 여행객들에 비해 다시 숙소로 돌아와야 하는 우리같은 경우엔 여행기간보다는 1~2일 정도 더 긴 패스를 구입하길 바란다.


1. Dijon

  브르고뉴 지방의 달팽이요리와 머스타드 소스가 유명한 도시이다. 보르도와는 또 다른 맛의 와인을 맛볼 수 있는곳이기도 하다.

  9:30분 유레일 패스를 이용해서 샹베리에서 디종으로 가기 전에 중세시대 교회 정화운동을 벌였던 클뤼니 수도원을 가기 위해 마콩에서 내렸다. 그러나 클뤼니 수도원으로 가는 버스가 13:00부터 운행하는 바람에 시간을 허비할 수 없어서 마콩에서 간단하게 싸간 점심을 먹고 디종에 갔다. (클뤼니 수도원으로 가는 버스운행시간은 13:00, 14:45, 17:29, 19:18이며 약 50분이 소요 된다. 버스비는 약 4유로 정도) 도착하자마자 다르시광장에 있는 ⓘ에 갔다.(역에서 보면 맥도널드 간판이 있는 방향으로 멀리 보면 보인다) 길을 따라 가다보면 상점들의 윈도에 있는 단지들이 보이는데 그것이 유명한 머스타드 소스이다. 한국에서 먹는 머스타드 소스와는 다르게 톡 쏘는 맛이 굉장히 강해서 고추냉이와 비슷한 맛이다. 달팽이 요리를 할 때 그 머스타드 소스를 쓰는데 나중에 먹어본 달팽이 요리의 맛에서는 머스타드 소스의 맛은 느낄 수 없었던 것이 조금은 아이러니 했다.

  Rue des Forge로 가면 디종에서 가장 오래된 집들을 볼 수 있다. 언뜻 보기엔 다른 집들과 별 차이를 볼 수 없다. 경주처럼 그 지방 고유의 방식 그대로 계속 집을 지어 옛것과 다름이 없어 보이게 하는 것이 그네들의 방식 같았다. Rue des Forge와 Pl. de la Liberation 사이에 있는 건물이 부르고뉴 대공궁전이다 현재 시청과 미술관으로 사용중이다. 학생은 무료이며 10:00부터 18:00까지 개관하는데 화요일과 공휴일에는 휴관한다.

부르고뉴 대공궁에서 남쪽으로 10여분정도 내려가면 시원한 분수가 있는데 그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올라오는 길에 역 밑쪽으로 있는 세계 국화(國花)들이 있는 정원으로 갔다. 아이들 손을 잡고 나온 화목한 식구들과 곱게 화장을 하고 나선 할머니들이 여기저기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직 꽃들이 개화 할 때가 아니어서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없어 아쉬웠고 우리 나라 국화인 무궁화가 보이지 않아 많이 아쉬웠다. 그 아쉬움을 뒤로하고 역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기자단에 둘러싸인 대선 후보자 죠스팽도 보고 횡재한 듯한 기분을 안고 집으로 가는 기차를 기다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기차는 오지 않는 것이었다. 너무도 당황한 나머지 역에서 가져온 기차 시간표를 다시 한번 확인했더니 그 날은 내가 확인한 시간의 기차가 운행하지 않는 날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지 너무도 당황해서 한동안 멍해있었다. 이대로 기차역에서 자야하는 건가 하는 아찔한 생각들이 스쳐지나갔고 나는 이내 정신을 차려 그 다음 있을지도 모르는 기차시간을 알아보기 위해 역 사무실로 들어갔지만 희망은 없었다. 저녁 7시가 되기도 전에 기차가 끊기다니...아니 더 정확히 말해 샹베리로 가는 기차가 없었다. 새벽 2시까지 꼼짝없이 다음 기차를 기다려야만 했다. 4월 초순이었지만 겨울처럼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너무 추워서 역 옆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에서 나는 처음으로 화려한 외식을 했다. 세트 메뉴하나에 둘이서 궁핍하게 앉아서 엉뚱한 이야기들을 하면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의 눈치를 무려 3시간이 넘도록 받으면서도 다른 가게들이 모두 문을 닫아도 패스트푸드점은 늦게까지 영업을 하기 때문에 버티고 앉아 있었다. 그러나 밤 11시가 되자 패스트푸드점도 문을 닫아야 했기에 나는 다시 역으로 향했다. 처음으로 닥친 시련을 이렇게 무방비 상태로 맞게 되다니... 너무 황당하고 무서웠지만 역 아저씨들과 함께 이탈리아로 돌아간다는 이탈리아 대학생들과 함께 보낸 3시간은 그다지 무섭지만은 않았다. 제 시간에 기차가 도착했고 부랴부랴 기차에 몸을 실었다.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면 여행하지 않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가지고 말이다.  


2. Avignon, Arles,  Nimes


  아를, 아비뇽, 님은 한꺼번에 1박 2일 코스로 잡아 여행을 할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이고 교통도 편리하다. 아를과 아비뇽은 거의 매시간 마다 있는 기차로 20분이면 충분하고 아를, 아비뇽과의 시간은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숙소는 어디에 잡든지 상관없지만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여행할 곳에 잡아두는 것이 편리할 것 같다. 프랑스 국영철도 SNCF에서는 기차 예약과 함께 ibis라는 체인호텔도 예약을 해주는데 공휴일이 아닐 경우엔 저렴하게 호텔을 이용할 수 있다. 시설도 우리가 묶고 있는 호텔만큼 좋다. 나는 우연찮게 3월 말 아를의 축제기간에 여행을 하게 되어 겨우 유스호스텔에 묶었지만 찾아보면 유스호스텔에서 묶었던 만큼의 가격으로 괜찮은 숙소에서 묶을 수 있다. 유스호스텔증이 있으면 할인이 될 거라 했지만 여행하면서 한번도 유스호스텔에서 할인혜택을 받은 적은 없었기 때문에 유스호스텔증을 만들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아비뇽에는 아비뇽TGV역과 아비뇽VILLE 두 군데의 역이 있는데 우리가 관광하고자하는 아비뇽에 가려면 아비뇽VILLE역에 가야한다. 만약 잘못해서 아비뇽TGV역으로 가게되었다면 역ⓘ에서 아비뇽VILLE로 가는 버스 시간표를 구해서 타고 가면 된다. 시간은 5분 정도 소요되고 1유로이다. 아비뇽은 2~3시간이면 충분히 관광을 할 수 있다. 아비뇽 관광의 중심은 아비뇽 다리와 교황청이 된다. 아비뇽 다리와 교황청을 하나로 묶어 티켓을 판매하는데 학생일 경우 8유로에 구입할 수 있다. 오디오안내기가 무료로 주어지지만 한국어는 없다. 불어를 달라니까 조금은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면 내어주는데 이 글을 읽고 떠난 사람이 있다면 부디 그들은 한국어로 된 오디오 안내기를 듣고 있길 바란다. 만약 그때도 없다면 계속해서 한국어 오디오기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길 바란다. 한국축구가 8강에 든 마당에 무엇이 두려울 것이 뫼 있겠느냐! 엉뚱하게 얘기가 흘렀지만 어디든지 유명 관광지에 가서 한국어로 된 책자나 오디오안내기가 없다면 섭섭해만 말고 당당하게 요구하길 바란다. 그들은 한국어를 보여줘도 ‘일본어는 몰라요’하고 말하면서 일본어 책자를 보고 이거 읽으세요 하고 친절히 권하는 황당함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역사 속에서 거창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만큼이나 교황청 앞은 언제나 관광객들로 북적거리지만 내 눈에 보이는 교황청은 그렇게 대단하게 만은 보이지 않았다. 종교적 차이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중세 교황과 왕의 한 낱 권력다툼에 지나지 않는 장소를 보면서 예나 지금이나 정치권력의 추한 모습은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끊어진 아비뇽 다리 위에서 보이는 경치만큼은 장관이었다. 교황청을 안고 있는 언덕을 올라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들어간 교황청 안은 여러 가지 벽화와 조각들이 가득했다. 제 각각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한 시간 이상을 관람해야 할만큼 웅장한 내부 모습은 아무리 왕의 권력에 쫓겨난 교황이라 할지라도 그의 권세와 당시 교회의 권력이 대단했음을 말해주는 듯 했다. 교황청을 뒤로하고 내려오는 길에 즐비한 상인들은 관람객들을 사로잡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지만 그들을 뒤로하고 나는 아를로 향했다.

  아를로 가는 기차 안에서 만난 친절한 할머니 덕분에 정말 무사히 숙소를 구할 수 있었다. 아를이 축제 중인 줄도 모르고 SNCF에서도 구해주지 못한 숙소도 혹시나 하고 무작정 내려 온 터라 당장 아를에서 숙소를 구하지 못하면 노숙을 해야할 처지였다. 그러나 다행히도 유스호스텔로 직접 전화를 걸어 예약까지 해주시고 안내까지 마다 않으셨던 친절한 할머니를 만나 숙소가 해결이 됐다. 시끄러운게 싫으시다며 마을 곳곳 축제의 열기가 한창인 곳만 피해서 찾아간 유스호스텔은 역에서 15분 정도의 거리지만 시설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한사람당 16유로 정도이고 캐비넷을 받으려면 10유로의 보증금을 내야한다.

  관광 길에 나서기 앞서 명심할 것 한가지! 아주 작은 마을에 지나지 않지만 길이 미로처럼 꼬여 있어서 지도를 잘 보고 가지 않으면 헤맬 수 있으니 지도에서 눈을 떼지 않도록...
찾아갔던 때가 마침 축제중이라 사람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아를은 스페인의 축소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우를 하는 원형경기장도 있고 마을 사람들이 플라멩고를 즐긴다. 해산물로 만든 축제음식인 빠엘라는 조미료 맛만 약간 다를 뿐 스페인의 전통 음식이다. 너무 멀어서 스페인을 갈 엄두가 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은 아를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교과서에서 많이 접해본 고흐의 작품 배경이 되었던 곳도 바로 이곳 아를이다. 포럼 광장 부근에 있는 에스파스 반 고흐 안의 정원도 그의 작품으로 나타나 있고 유스호스텔 북쪽의 들녘도 그의 작품 배경이 되었던 곳이다. 또한 고대 로마의 유적이 곳곳에 남아있기도 하다.

로마시대의 공중 목욕탕이 있으며 원형경기장 또한 고대 로마 시대의 그것이다. ‘이게 정말 극장이야 ’ 할 정도로 많이 파손되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고대 로마 시대의 극장은 지금까지도 음악회의 공연장으로 활용되고 있다.(고대 로마 공중 목욕탕과 고대 로마 극장 모두 입장권은 2유로이다)

  늦은 밤까지 축제의 열기를 느끼기 위해 비록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그네들과 함께 마을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어느 레스토랑 앞에 모인 사람들과 함께 어깨동무하고 박수치며 부른 “can take my eyes off you”라는 팝송은 그 노래가 삽입되었던 영화보다도 더 진하게 나의 기억 속에 자리잡게 되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 기억은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그렇게 한참을 떠돌아다니다가 시청 앞 광장에 머물렀을 때  라디오방송국의 공개방송이 있어서 자리를 마련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사회자들이 나오고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나눠주는 티셔츠도 받고 삼바가수의 노래가 시작되면서 그곳은 곧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 모두가 춤을 추기 시작했고 처음엔 어색했지만 시간이 흐른 뒤 어느새 나도 한번도 보지도 춰보지도 않은 춤을 삼바리듬에 맞춰 발로 옮겨내고 있었다. 어깨도 들썩이며 분위기에 흠뻑 젖어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았지만  내일을 위해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숙소로 돌아왔다. 아직까지도 가장 기억에 남았던 여행을 말하라면 서슴없이 말할 수 있을 만큼 요란했던 축제의 밤 아를에서의 여행은 내게 더없이 즐겁고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축제 음식 빠엘라를 먹고 서둘러 프랑스 내 고대 로마 유적이 가장 많이 남아있다는 님으로 향했다. 역에서 10여분정도 걸어가면 샤를 드골 광장이 보이는데 거기서 왼쪽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면 또 다른 원형경기장이 보인다. 이탈리아 로마 경기장 다음으로 크다는 말을 들었는데 실제로 로마의 그것과 대등하게 보일 만큼 큰 경기장이었다. 지금은 곳곳이 파손되어 보수를 하고 홀로 만들어 각종 콘서트나 행사를 하는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경기장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르면 님 빨간 지붕의 시내의 전경이 다 보인다. 경기장안 커다란 바위좌석 위에 누워 썬텐을 즐기는 부부도 있고 각자 싸온 빵과 음료를 꺼내 먹는 사람들도 있고 어디에서든 남의 시선 아랑곳하지 않고 자유를 만끽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경기장을 나와 요정들의 정원이라 불리는 퐁텐 정원으로 향했다. 샛강을 따라 20여분정도 걸어가니 우리 나라 구슬치기와 같은 놀이를 하는 할아버지들이 보였다. 정확히 무슨 놀이였었는지 잊어버렸지만 구슬보다는 큰 주먹만한 쇠공으로 한가롭게 놀이하는 할아버지들의 모습에 경로당에 앉아 그림놀이만 즐겨하시는 우리 나라의 할아버지들보다는 건강하게 생활하시는 것 같아 보기 좋았다. 조금 더 걸어 올라가니 ‘아! 여기가 왜 요정들의 정원이라 불리는지 알겠어~’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전 날 아를에서의 밤이 요란하고 광란의 밤이었다면 이곳 님에서의 한가로운 오후는 낮잠을 쏟아내게 하리만큼 따사로운 햇살이 비춰지고 있었고 그 정원 안에서 아들과 함께 공놀이를 하는 아버지, 어김없이 썬 텐을 하는 여자들. 정다운 얘기를 나누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노부부들이 있었다. 나도 일부러 따가운 햇살아래 앉아 싸가지고 간 간식을 먹으면서 모두가 조각한 듯한 나무와 장난감같이 아기자기한 조각들과 어우러져 여가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퐁텐정원 안에 있는 카발리에 언덕에 올라 다시 한번 님의 전경을 내려다보았다. 관절이 약한 사람은 그저 정원구경이나 실컷 더 하라고 말하고 싶을 만큼 마뉴 탑의 계단은 길었지만 경기장에서 카발리에 언덕 위를 바라보던 것과 달리 마뉴 탑 위에서 경기장을 다시 한번 바라보는 그 느낌을 또 달랐다. 탑을 내려오고 정원을 등지고 오귀스트 문을 지나 역으로 향했다. 1박2일 동안 조금은 고됐지만 가장 뇌리에 남아 있는 여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모험일 수밖에 없었던 여행을 만족스럽고 안전하게 마칠 수 있었다는 안도감과 함께 나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3. 바캉스


  학기 중에 생긴 열흘 간의 방학을 맞아 프랑스 밖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배낭여행을 목적으로 유럽에 간 것이라면 일정에 구애받지 않고 맘에 드는 곳이라면 여장을 풀고 남아 있고 싶은 만큼 있을 수 있지만 다시 돌아와서 학업을 계속해야하는 우리는 짧은 시간동안 욕심을 내어 독일→체코→오스트리아→이탈리아를 거쳐 다시 샹베리에 오기까지 4개국을 돌아오는 여정을 거쳤다. 여기서 짧지만 잊을 수 없는 그 여정을 다시 한번 돌아본다.

  일반적으로 배낭여행족들이 영국으로 들아와 파리로 나가는 시계방향대로 여행을 해가는데 연수를 하면서 한군데 머물고 있는 우리같은 경우엔 굳이 그런 코스대로 여행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시계방향의 여행코스는 배낭여행족들이 어디까지나 여행하기 편리한대로 거쳐가는 코스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샹베리에서 이탈리아를 거쳐 올라가는 반시계방향이 편리할 수 도 있기 때문에 굳이 여행책에서 안내한 것처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다만 연수를 마치고 여행을 하게된다면 일반 배낭여행족들과 같은 코스를 밟아가는 것도 좋을 듯. 여기서 잠깐! 프랑스에서는 방학 이외에도 학기 중에 많은 휴일이 있다. 그 휴일동안 많은 프랑스사람들이 여행을 하기 때문에 학기 중에 여행계획이 있다면 미리미리 기차를 예약해 두어야한다.

  오스트리아나 이탈리아는 워낙 유명한 관광국이라 빠짐없이 들르는 곳 중에 하나고 대부분이 살아있는 박물관이니 하면서 대단하다는 탄성을 자아내지만 내 감성을 자극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특별한 인상을 남겼던 곳 두 군데 독일과 체코를 소개하고자한다.


1)독일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각각이지만 모두가 입을 모아 극찬을 하는 여행지가 있는 반면, 한마디로 ‘별로’라고 말하는 곳이 있기 마련이다. 독일이라는 곳이 대부분의 배낭족들이 독일에서 받은 느낌이란 것이 ‘별로’라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렇지만 앞서 말한 대로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다를 수 있고 내가 보지 않고 경험자들에 의해 내려지는 그런 판단에 독일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리고 독일 다음 코스가 체코이기 때문에 지나가는 길목이라 굳이 그냥 지나칠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독일에서 첫 여장을 풀게 되었다. 그러나 독일은 많은 배낭족들이 말했던 것처럼 나에게 그리 깊은 인상을 남겨주진 못했다.

  샹베리에서 독일의 뮌헨으로 가는데는 여러 경로가 있는데 어떤 경우라도 적어도 10시간은 넘어야 뮌헨에 도착할 수 있다. 당연히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밤차를 이용하는 것이 좋지만 밤차의 경우 쿠세트를 이용할 경우 별도의 예약비를 또 지불해야하므로 먼저 지불한 유레일 패스를 이용해서 돈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시간 절약을 위해 밤차를 쿠세트를 이용할 것인지 돈을 절약할 것인지 잘 비교해보기를 바란다.(물론 쿠세트 예약비를 내지 않고 일반기차로 올 경우 숙박비가 따로 드는 것도 일정에 따라 비교해보기 바란다)

  나는 밤차가 예약이 꽉 차서 불가피하게 일반 기차를 타서 아침 7시 샹베리를 떠나 리옹→하이델베르그→뮌헨을 거쳐 저녁 8시쯤 무려 14시간이 걸려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숙소를 찾아다니느라 뮌헨 밤거리를 얼마나 헤매고 다녔는지 첫날부터 너무 고생을 했는데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떠나기 전에 생각했던 숙소에 예약을 하려고 했지만 전화번호가 잘못 기재된 것인지 연결이 안 되서 무작정 떠난 게 화근이었다. 독일은 유스호스텔이 생긴 곳이라 웬만한 한인 민박보다 시설도 좋고 깨끗하므로 숙박은 유스호스텔을 권한다. 내가 떠났을 땐 부활 휴일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와서 찾아간 숙소가 만원이었다. 겨우 역 가까이 "4 you"라는 곳에 가서 짐을 풀었다.(권할만할 독일의 유스호스텔 기독교 재단에서 운영한다는 CVJM Y.M.C.A 깨끗하고 저렴하다 20유로 안밖, 내가 묶었던 4 YOU도 깨끗하고 좋았지만방이 없어 2인실에 묶어서 24유로 였다. 더 많은 인원수가 한방을 쓸수록 싸다. 아침식사 별도 지불)

  딱딱했다. 사람들이 하는 독어부터가 내가 배우는 프랑스어와 달리 억센 발음과 어투가 그랬고 사람들의 인상이, 무엇보다도 역 안의 나치를 연상시키게 하는 많은 경찰들이 그랬다. 과거의 역사에 불과하지만 제복을 입은 여자경찰에게서 풍기는 차가운 인상마저도 경계심이 느껴지곤 했다. 그러나 역 안에 많은 경찰들은 수많은 여행객들을 안심시켜주었다.  

  꼬박 하루 동안 기차를 타고 오느라 피곤했지만 다음 날 여행을 위해 준비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뮌헨을 가게 된 이유 중에 하나는 퓌센을 가기 위해서였는데 역에서 받아온 퓌센으로 가는 기차 시간표를 보고 아침 일찍 서둘러 퓌센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약 두 시간동안 예쁜 풍경을 보다 보면 퓌센에 도착하게 된다.(퓌센으로 가는 기차도 유레일패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뮌헨으로 올 때 사용했던 날짜와 같은 날에 쓰게 되면 하루라도 패스를 아낄 수 있다. 표를 구입하게 되면 왕복 약 23 유로이며 한 장으로 5명까지 쓸 수 있다.)

  퓌센에 도착하면 성으로 가는 버스를 타는데  배차간격은 길지 않으며 10분 정도 걸린다.  약 30여분정도 걸어가면 노이슈반스타인성에 도착하는데 마차를 타고 올라가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았다. 돈을 아끼는 것도 좋지만 보다 즐기면서 여행을 한다는 생각으로. 아직 시즌이 아니라서 그런지 힘들게 올라간 노이슈반스타인성을 보수공사 중이어서 아쉬웠다, 성 자체를 성안에서 감상하는 것보다 멀리 보이는 구름다리에서 바라보는 것이 환상적이다. 아찔한 다리를 건너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 성을 둘러 내려오면서 멀리 보이는 호엔슈반가우성도 보고 퓌센을 떠나 뮌헨으로 왔다. 1박 2일이지만 하루밖에 관광할 수 없기 때문에 서둘러 시내로 들어갔다. 시내는 걸어서도 충분히 여행이 가능하므로 트렘을 이용을 할 필요는 없다. 뮌헨의 중심 마리엔 광장에는 신시청사와 구시청사가 나란히 있다. 오전 11시 인형이 나와 춤을 보여주는데 아쉽게도 오전에 퓌센을 다녀오는 바람에 볼 수 없었다. 100년이 넘었다는 신시청사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거리 공연도 펼치고 있다. 무엇보다도 샹베리에서 볼 수 없었던 많은 상가들이 눈길을 끌었다. 시 청사를 뒤로하고 지도를 보면서 막시밀리아노임궁전을 지나 평화의 천사상을 지나 영국정원에 이르렀다. ‘독일에 웬 영국정원 ’이란 생각으로 풀리지 않는 의문처럼 정원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뮌헨에서의 반나절 관광은 체코로 가는 밤차를 타기 위해 서둘러 역으로 돌아왔다. 체코로 들어가는 기차는 유레일 패스가 사용되지 않아서 미리 샹베리에서 표를 구입했다. 체코로 들어갈 때 표를 미리 구입하지 않으면 바가지를 쓴다는 말이 있는데 오스트리아로 넘어갈 때 실감했다. 이에 대해선 나중에 설명하기로 하고 체코로 가보자.


2)체코

  체코는 유로화를 쓰지 않아서 돈을 미리 환전해야하는데 샹베리 은행에는 코룬화를 취급하지 않아 환전을 못하고 독일에서는 은행갈 시간이 없어 불리할 수 있지만 현지 은행에 가서 환전하자는 생각으로 왔는데 도착한 당일이 토요일이라 은행이 문을 닫아서 환전소에서 돈을 바꿨다. 참 그 이전에 체코 프라하 중앙역에 도착하면 여러 명의 아주머니들이 사진첩들을 들고 서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현지 민박을 알선하는 사람들인데, 여행 책에서도 체코에서는 현지 민박을 하라고 권하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하고 쉽게 믿지 못했다. 그러나 뮌헨 숙소에서 만난 한국사람의 얘기를 듣고 안심하고 현지민박을 구했다. 처음에는 본인의 집이 아니고 민박을 위해 집을 따로 두고 있는 알선자를 잘못 따라 나섰다가 형편없는 시설에 다시 역으로 나와 민박을 찾아나섰는데 한국말로 된 책자를 들고 서있는 아주머니를 따라나섰다. ‘제인’이란 아주머니인데 그 집에 묶었던 한국학생이 직접 책자를 써주었다고 한다. 자식들이 모두 출가하고 남은 방을 민박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내 집처럼 아주 깨끗하고  안심이 되었다. 이틀동안 약 37 유로 정도를 지불하기로 하고 짐을 풀었다.(현지 민박을 구할 때 꼭 물어볼 것 : 가정집인지 꼭 알아보고 가정집이 아닐 경우엔 가지 않도록 한다. 위험하다는 것보다는 시설이 형편없어서 몇 분 이내 다시 나올테니.)

  숙소를 찾느라 두 세시간을 낭비해버려서 일찍 시내로 나갔다. 웬만한 가정집 민박은 시내 중심에서 떨어져 지하철을 타고 나가는데 체코의 지하철 안에서는 항상 주위를 조심하길 바란다. 또한 지하철이든 트렘이든 절대 무임승차는 하지 않도록 한다. 동양인이란 그들에게 의외로 쉽게 돈을 벌게 해주기 때문이다. 소매치기, 무임승차의 벌금. 이것은 관광도시 프라하의 모습이기도 하다. 동유럽의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아시아, 중 남미뿐만 아니라 또 다른 유럽의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 곳이라 물가가 싸다는 체코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기 힘들 정도로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바가지가 좀 심한 편인 것 같다. 영어가 잘 통하지 않아서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말로만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아니니까... 첫날 저녁 ‘돈 지오반니’라는 인형극을 봤다. 이때 ⓘ에서 표를 구하게되면 수수료가 붙기 때문에 연극을 하는 극장에 가서 직접 표를 구하는 것이 좋다. 연극이 끝난 뒤 프라하의 카를교로 갔다. 카를교에는 4월초지만 한겨울을 능가하는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많은 관광객들이 플래쉬를 터뜨리며 야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우리도 한껏 분위기 내어 카를교 위에 아름다운 프라하를 담아내기 위해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하지만 지하철이 끊길까봐 서둘러 민박집으로 돌아왔다. 이튿날 우리는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탐 크루즈가 열연했던 프라하 성으로 향했다. 시내관광은 걸어서도 충분하지만 프라하 성까지는 멀어서 트렘을 타고 갔다. 12시가 되면 프라하성의 근위병 교대식이 있는데 여행 책에 소개된 것처럼 역시나 군기 빠진 근위병들이었다. 헛발질을 하는 군인이 있는가 하면 관광객들일 쳐다보면 피씩 웃기도 하였다. 교대식이 끝나고 궁전내부를 구경하기 위해 표를 구입했지만 내가 산 표는 궁전내부를 볼 수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무기 박물관을 보고 프란츠카프카가 작업실로 사용하던 파란색 집을 지나 맛있는 점심을 먹고 난 후 기념품들이 즐비한 상점마다 들어가서 기념품들을 구경하였다. 프라하는 생각보다 큰 도시여서 걸어다녀도 충분한 거리이긴 하지만 좀 힘들었다. 프라하 주변을 운행하는 트렘을 타고 도시 외곽을 구경도 해보고 구시가지 광장으로 가서 거리공연도 즐기며 여유 있는 2틀간의 여정을 즐겼다. 독일처럼 꼬집어 뭐라 말할 만큼 특별한 느낌을 받은 건 없지만 묘한 기분을 느낀 곳이었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관광객들을 상대로 바가지나 씌우는 그런 곳이지만 화려했던 과거를 간직한 곳..느낌이 통했던 그런 곳이라고나 할까...

  이틀간 70유로 정도를 환전해서 볼거리도 충분히 구경하고 맛난 음식도 사먹었다. 여행을 하다보면 결코 저렴한 경비가 아님을 알겠지만 그것이 프라하의 현재이다. 경제적인 면에서 많은 기대를 하고 가면 쉽게 실망을 해버리겠지만 뭔가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가지고 간다면 그게 무엇이든 간에 유명관광지와는 또 다른 모습의 프라하, 체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체코여행을 마치고 오스트리아로 갈 경우 오스트리아로 가는 기차표를 미리 다른 곳에서 사두던지 코룬화를 남겨둬야 제값에 표를 살 수 있다. 체코국경까지는 유레일 패스가 통용되는  헨에서 프라하로 들어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갈 때도 역시 유레일패스는 오스트리아에서부터 사용 가능하다. 그리고 체코에서 오스트리아로 갈 때 유레일패스 시간표에는 밤차가 없지만 실제로는 밤차가 있으니 오스트리아로 가기 위한 새벽 차를 타기 위해 불필요하게 묶게되는 1박을 줄일 수 있을 테니 역에서 시간을 알아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