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학교 | 프랑스어·프랑스학과
본문바로가기
ender
해외프로그램
현장학습 수기

현장학습 수기

2010년 해외현장학습 체험기 - 이소연
작성자 노** 작성일 2011-10-27 조회수 2812

2010년 현장학습수기 이소연(20090272)


9월, 모든 준비를 마치고 유학 길에 오르는 그 순간에도 조심성없는 나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제 한 시간 후면 비행기 입국수속을 마쳐야 할텐데 유로, 카드 그리고 내 모든 신분증이 들어있는 지갑이 갑자기 보이지 않자 온 몸이 떨리고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국제와 국내공항 도로를 여러번 가로지르면서 수소문하다 가까스로 행방을 찾아 지갑은 안전하게 소포로 포장되어 3일 후 내 손에 쥐어졌지만 울산- 부산 시외고속버스 안 잠깐의 방심으로 앞으로 1년 유학생활에 차질을 빚을 뻔 했기에 기분이 침체되었다.

앞으로 일이 잘 풀리려고 액땜했다고 생각하며 긴장을 풀어보지만 어쩐지 항상 뒷바라지 해주시던 엄마, 아[바른말 고운말을 사용합시다.] 곁에 없으니 모든 일이 어설프고 불안했다.

9월 초에 치룬 프랑스어 시험결과로 반 배정을 했는데 예상과 다르게 같이 온 학우들 중 나만 혼자 다른 반에 배정되었다.

아직 학우들과 어색한 사이였기에 앞으로 같은 반되어 친하게 지내려 했는데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고 외톨이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프랑스어로 대화도 못하는데 어떻게 시험은 쳐서 내 수준과 맞지 않은 반에 걸린 것 같아 걱정도 많았다.

첫 등교길, 다들 나처럼 외국인인데 실력은 얼추 비슷하지 않겠냐는 얼굴모르는 이들의 실력을 낮추고 나를 올리는 균형감 있는 생각으로 반에 들어갔다.

나라구성은 절반이 중국인으로, 반을 나누기 위해 치루는 입학 시험에서도 오로지 중국인만 따로 시험교실을 가졌었고, 프랑스에서 길거리를 걸어다니면 중국어를 하는 동양인을 흔하게 마주치게 되는데에 놀랄 수 밖에 없었는데, 과연 중국이란 나라는 압도적이었고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서양에서 새로운 문화와 교육을 받아들이는 걸 보고 실제로 급격한 중국의 세계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첫수업, 선생님은 내가 좇아갈 수 없는 속도로 말씀하셨다. 결국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하나도 알아듣지 못 한 채 수업이 끝났다.

다음날, 부담당 선생님은 자기소개를 시키셨는데 내 이름을 소개한 후 더듬거리며 한국의 울산대학교에서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왔고 프랑스어는 2년 반 배우고 왔다고 겨우 말을 마치자 선생님께서는 다소 놀라신 눈치였다. 자기소개 후에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 것에 자신감도 뚝 떨어지고 자존심도 상했다. 나를 멋지고 호감가게 해야하는 자기소개가 내 실력의 바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부담당 선생님과의 아름답지 않은 첫만남은 지속적인 우리의 만남에 영향을 주어 내 마음을 주눅들게 했고 수업을 더 힘겹게 만들었다.

수업시간마다 알아듣기 위해서 한 수업에 2시간 가량 내내 온 몸의 신경을 청각에 곤두세웠지만 아무리 집중해도 물 세게 틀어놓고 설거지하면서 저만치 떨어진 라디오를 들으려하면 들리지 않는 것처럼 내 귀엔 프랑스어 듣기 제동장치가 걸려있는 듯 했다.

숙제를 내주셨지만 이조차 알아듣지 못해서 다음 수업마다 더 소심해졌고 특히 너무나 답답했다.   

2주정도 시간이 지났을 무렵 상황은 심각해졌다.

실력은 더디게 향상하는데 수업내용은 빠르게 고급스러워졌다.

한학기동안 아무리 토끼귀를 한 채 꾸준히 의자에 앉아있는다 하더라도 수업은 하면 할수록 내용이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에 항상 수업을 따라잡지 못하고 밑에서 헐떡일 것 같아 반을 낮춰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음날 학교에 가 담당선생님께 말씀드렸지만 나와 함께 헐떡이던 같은 반 친구가 어제 반을 내려갔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2주동안 학교에서 의도하지 않은 벙어리놀이를 하면서 그래도 얻은게 있다면 인내와 마음 비우는 법을 터득한 것이다. 이대로 수업이 계속 진행될거란 비극적인 소식을 듣고 속상했지만 집에 다다랐을 즘엔 더 열심히 해서 어떻게든 수업에 맞춰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야 액땜한 보람이 나오는 걸까  중심 상가에 있는 서점 직원이 그리고 옷브랜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국어 부전공학생이 말을 걸어왔고 곧 다시 만나면서 친구가 되었다. 진짜 프랑스 친구를 하나 둘 사귀게 되면서 프랑스어에 흥미가 붙게 되고 이들이 하는 말을 몰라서 웃음으로 넘기지 않고 다  이해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 후 교회에서 만난 언니가 준 라디오를 자주 켜놓고 어떤 상황인지, 단어 뜻이 뭔지도 모르지만 들으면서 지렁이 발음도 따라해보고 간혹 불한사전을 씹어먹기도 했다.

이게 정말 효과가 있나  수업시간에 질문을 받으면 여전히 말더듬이가 되었지만 듣기 시간에는 어느정도 받아적을 수 있었다. 그리고 친구들과 지속적으로 만나다보니 말도 조금씩 트였고 이제서야 친구들의 취미와 기호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사람이 대화를 나누면서 소통할 수 있고 그 사람들을 알아갈 수 있다는게 언어의 위대함을  보여준다. 하루하루 일상이지만 언어자체가 이따금씩 참 상콤하고 새롭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게 바로 언어의 매력이라 할 수 있는 것 같다.

한 학기가 끝날 즈음엔 부담당 선생님과 사이도 좋아지고 프랑스어 많이 늘었다는 칭찬을 들어 뿌듯함도 맛보았다.

b1에선 전반적인 프랑스 문화상식을 많이 배울 수 있었고 다음 학기 b2에서는 까다로웠지만 프랑스 역사라든지 문학, 문화를 한층 심도있게 배울 수 있었다.

선택과목의 선생님들은 자신의 분야에 깊은 이해를 가지고 열정적으로 가르쳐주셨는데 특히 문화수업 선생님은 더 나은 수업을 위해 salon de la danse와 musee beaux-art a lyon에 학생들을 데려가 자세히 설명해주시며 실제로 작품을 느끼고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 항상 흥미로운 수업을 진행하셨다.

다른나라에서 생활하면서 좋든 싫든 부딪히는 건 문화이다.

대체적으로 이 곳의 문화는 나를 기쁘게 해주었는데  맘에 드는 부분이 많아 다 말할 순 없지만 한가지를 꼽아보자면 한국에선 같은 또래가 아니라면 상대방이 어렵게 느껴지지만 여기선 80세 할머니도 우리와 친구하기가 쉽다는 것이다.

프랑스에 가면 프랑스법을 따르랬던가 !

어른들과도 편하게 말을 놓고 얘기하다보니 어느새 삼십대 일본인 친구와 제일 좋은 친구사이로 지내고 있다.

친구자랑을 잠깐 하자면 직장생활 경력이 있어서 모임도 잘 구성하고 리더쉽이 뛰어나다. 게다가 요리에 박학다식하고 관심도 많아 자주 학교수업과는 별도로 몇몇 친구들과 각자 각국 전통요리를 해와 나눠먹으며 담소를 나누는데 모이면 주제가 꽤 한정적이면서 섹시하고 로맨틱하다. "사랑과 요리".  입에 달달한 게 들어가는 건 참 좋아라하는데, 부모님 곁에서 잠시 떠나기 전까지 계란 후라이, 라면 끓이기, 냉동 식품 데워먹기 밖에 몰랐다면 말 다했지, 요리 지능 6세 수준이었던 나는 요리 품평회 시간 속에서 gourmandes친구들 옆에 있는 것 만으로도 리옹, 프랑스 음식 뿐 아니라 여리나라의 요리에 대해 듣고 맛보며 알아갈 수 있었다.

친구 요리과정을 보고 프랑스어로 적어 논 친구의 레시피를 가져와 한국 친구들에게 요리해주면 내가 전에 맛보고 행복한 표정을 짓던 모습과 감정이 이들에게도 전달되어 나도 덩달아 행복한 미소를 지었고 칭찬 한마디만 해주면 그때만큼은 내가 '요리의 황제'라 불리우는 리오네 폴 보퀴즈씨의 명성을 이어받아야 할 사람이 아닌가 가볍고 가소로운 자문을 할 정도로 엄청 우쭐해졌다.

언어학도로선 한번씩 올바르지 못한 일을 한 적도 있고 프랑스어를 배우는 데 최선을 다하고 충실했다고 할 수 없어 부족함도 많지만 리옹에서의 생활에서 자유롭게 진정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시도해보면서 자아를 찾아가는 뜻 깊은 시간을 보냈다고 스스로 평가해본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처음엔 프랑스지도 위 어느 도시옆에 리옹이란 도시 이름이 프린트 되어 있는지도 몰랐을 정도로 리옹은 한국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파리보다 생활비는 적게 들고 사람들은 더 친절하고 깨끗하고 번잡하지 않은 살기좋은 대도시라는 점에서 학생들이 어학하기에 굉장히 합리적인 도시라고 생각한다. 이는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프랑스에서 공부하는 친구들이 한소리로 입을 맞추는 사실이다.

덧붙여 벌써 리옹의 숨은 명소를 발견한 리옹 체류자로, 개인적으로는 리옹이 대도시답지 않게 아기자기한 면도 있고 다채롭고 참 아름다운 도시라고 생각한다.

이번 9월에 이곳에 언어공부하러 오는 나의 얼굴모르는 후배들은 리옹에서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즐기면서 언어 실력을 많이 향상시키는 좋은 시간 보냈으면 좋겠다.